곡우에 맞게 비가 내렸다.
지난 해 4월에 꽃비를 맞으며 거닐었던 서울대공원 우중 산행이 새삼 떠오른다.
양각산 자락의 권오순 소장님의 집도 자연속에 차분히 자리잡고 있었다.
연분홍 진달래는 지천에 흐드러지게 피고 순한 초록의 새잎은 얇은 물기를 머금었다.
비가 다소 줄기를 바라며 권 소장님의 작업실과 집터를 구경했다.
권소장님이 방문한 우리를 위해 특별히 구운 접시와 술잔들도 가마속에서 서서히 식고 있었다.
날은 몸을 쌀쌀하게 만들고 촉촉한 비는 마음을 적시기에 바로 권주가를 불렀다.
올 2월에 잡아 말린 가자미부터 시작하여 2년 묵은 김치를 비롯 숯향 가득한 삽겹살에다 시래기국을 곁들었다.
권소장님이 구운 술잔에는 안개꽃이 새색시마냥 고웁고 은은하게 폈다.
한잔 두잔, 잔을 거듭할수록 마음도 열리고 몸도 훈훈해진다.
그래도 명색 산악회인데 산을 앞에 두고 그냥 갈 수 없기에 조금 오르기로 했다.
우산을 쓴채 이슬 먹은 연초록 잎을 헤치고 촉촉한 낙엽길을 걸었다.
평소 권소장님 부부의 산책길이라는 8자 코스를 오르내렸다.
양각산의 뿔은 아래에서 쳐다만보고 다음 기회에 정상을 밟기로 했다.
권 소장님의 사모님이 1년에 두번 정도는 괜찮다고 하시니 가을을 기약해 보기로 하자.
이번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쉬운 분은 다음을 기약하시길...
산도 들도 떠나질 않고 권소장님 또한 쉬이 어딜 가시진 못할 것이다.
벌써 계사년도 4분의 1이 다 지나간다.
흐르는 세월만이 시위를 떠난 활처럼 쏜살같이 달려갈 뿐이다.
다들 건강하시기를.
5월 산행은 12일 대구 팔공산에서 열리는 협회 전국산행대회 참가로 대체하려고 한다.
다소 멀지만 이번 기회에 팔공산 갓바위의 정기를 조금 받아오자.
이정희 소장님의 카니발이 출동하고 이은숙총무님도 가보고 싶다고 한다.
설봉공원에서 7시에 만나 출발하면 10시 전에 도착할 것이다.
가능하신 분들은 10일 전에 전화든 댓글이든 문자든 주길 바란다.
그 날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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