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 만나서 하나가 되어 흐르는 예봉산과 적갑산, 운길산 능선길을 걸었습니다.
산행 거리가 10km 넘고 2만2천보에 가까운 걸음이었습니다.
대여섯 시간이 걸렸습니다.
눈길에 아이젠까지 차고 걸어서인지 체감하는 강도는 조금 더 센 편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름길로 먼저 내려간 분도 있고 무릎의 통증으로 고생한 분도 생겼습니다.
우여곡절이 많은 산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걷는 것에는 항상 자신만만한 지부장님조차 이러다간 산악회원 다 떨어지겠다고 걱정할 정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조금 욕 먹을 각오는 하고 산행지를 정했지만, 생각보다 조금 더 힘들었나 봅니다.
이 또한 지나가고 나중에 세월이 흐른 뒤에는 좋은 추억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럼 지나 온 능선처럼 아득한 산행길을 되돌려 보겠습니다.
팔당역에 주차를 하고 굴다리를 지나 예봉산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산행 안내도를 보며 예봉산 정상까지 1시간, 적갑산까지 1시간 그리고 운길산 도착까지 2시간으로 예상하며 본격적인 산행에 나섰습니다.
야트막한 오르막이 계속되었습니다.
중간쯤에서 아이젠을 덧신고 얼음과 눈이 얇게 깔린 길을 올랐습니다.
조금 지나니 한강을 사이에 두고 하남의 검단산과 시내의 아파트촌이 아련하게 보입니다.
산과 물이 만나는 광경은 언제나 시원하고 멋이 있습니다.
땀을 전혀 흘리지 않는 이정희 소장님은 코로 계속 땀을 배출하고 오르막 계단을 쉼없이 오르다보니 인상이 구겨지는 여소장님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간만에 15명의 소장님들이 산행에 참여하고 명절 후 때문인지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멀어진 가운데 예봉산 정상 683m에 도착했습니다.
바람도 시원하고 멀리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도 저 멀리 눈에 들어옵니다.
앞으로 가야 할 운길산까지의 능선길도 계사년의 뱀마냥 휘어진 길이 구비구비 펼쳐져 보입니다.
다산 정약용 형제들이 학문을 닦으며 노닐었다는 철문봉도 만나고 미사리 경기장이 정면으로 보이는 언덕에 있는 패러글라이딩 활공장도 지나쳤습니다.
예봉산 이후의 능선길은 주변 경치도 보며 쉬엄쉬엄 걸을만 했습니다.
적갑산 정상을 지나 점심상을 펼쳤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 다들 맛나고 풍족했습니다.
식후에 다시 힘을 내서 걸었지만 운길산까지 가는 능선길은 꽤나 멀었습니다.
봉우리를 넘고 또 넘었습니다.
여긴가하니 여기가 아니었습니다.
다들 지칠 때쯤 운길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두물머리와 양수리 땅이 바로 아래에 드넓게 보였습니다.
북한강물은 얼어있고 남한강물은 풀려있는게 특이하게 다가왔습니다.
서로 만나길 꺼려하는 남북과 남녀 사이는 아니길 빌며 하산길에 접어 듭니다.
수종사는 서거정이 동방 사찰 중 최고라고 말한대로 가히 전망이 좋았습니다.
가만히 내려다보니 참 좋구나라는 말은 저절로 나왔습니다.
언젠가 맘편히 경내에 있는 찻집에서 차 한잔하며 조용히 보고픈 풍경이었습니다.
세월이 가듯 강물은 계속 흐르고 있을테지요.
일주문 아래까지 차를 가져오신 한일성 대장님 덕택에 편하게 하산했습니다.
그리고 33년 전통의 양수리 추어탕 집에서 하산주로 말 많고 사연 많은 이번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했습니다.
다들 감사합니다. 진행에 조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넓은 아량으로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3월 산행은 시산제를 겸해 셋째주 토요릴인 16일에 음성 생극에 있는 수레의산에 가려고 합니다.
휴양림의 뒷산으로 정상까지 가는 산행 코스 중 가장 긴 구간이 3시간이면 가능한 아담하고 아늑한 산입니다.
산행 후 그 아래에 있는 장병건 사장님의 버섯 농장을 방문하고 근처 오리구이 식당에서 버섯을 겸해 점심을 먹을 예정입니다.
늦어도 4시 전후에는 이천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른 봄꽃도 구경하고 버섯도 따고, 님도 보고 뽕도 따는 3월 산행에 함께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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