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한일성 소장님의 아들 결혼식에서 만난 안창한 소장님이 일요일에 북한산 종주 산행을 함께 하자고 하신다. 안 그래도 백운대를 오른지 15년 이상 지난 것 같아 아득하기만 한데, 제안이 솔깃하다.
덕분에 집에는 돌아가신지 35년이 된 아버지도 팔고 주말 이틀을 가족과 등진 벌금도 지불하고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간만의 서울 강북길은 멀기만 하다.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9시 30분쯤 불광역에 도착, 먼저 와 계시던 안소장님과 만났다.
16키로,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산악 마라톤을 하시는 안소장님을 따르려면 오늘 하루 꽤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
전날 내린 비로 하늘은 맑고 공기 또한 신선하다.
불광공원 지킴터를 지나 본격적인 산행길에 접어들었다.
해발 370m의 족두리봉이다.
어제 내린 비가 밤사이 기온이 떨어지며 눈으로 변해 있었다.
꽃피는 춘사월에 맞는 봄눈이다.
강원도 인제에서 군생활할 때 4월 5일에 만난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사이의 하얀 눈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마다 감격에 겨운 모습이다.
족두리봉을 지나 836m의 백운대까지의 능선길은 수많은 봉우리를 넘고 성곽을 끼고 돌았다.
향로봉과 비봉을 지나 사모바위를 만났다.
무얼 그리 사모하는가 싶었으나, 사모관대의 모양을 본땃다고 한다.
승가봉을 거쳐 문수봉을 오르는 길은 험난하고 급격한 오르막이다.
뒤를 돌아보니 시원한 바람과 남북의 능선을 경계로 설경이 나뉘지는 모습이 이채롭다.
대남문에서 부터는 대동문, 동장대 등 북한산성의 복원된 성곽 능선길이다.
중간중간 마주치는 설화는 봄꽃마냥 흩날린다.
용암문과 노적봉, 만경대를 거쳐 드디어 백운대에 올랐다.
웅장하고 거대한 화강암의 천지다.
설악과 지리산에 이은 명산이다.
수도 서울의 천만 인구를 품고도 남음직하다.
한강과 북한산이 없는 서울은 그 얼마나 삭막할 것인가.
백운대아래 인수봉 사이의 나무에는 상고대까지 아름답게 폈다.
이제 하산길이다.
백운산장을 지나고 하루재에서 영봉으로 올라 육모정탐방지원센터로 내려왔다.
7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오랜만에 제법 강도가 센 산행을 했다.
더욱이 봄눈과 함께 한 산행이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으리라.
산행을 이끌어주신 안소장님께 감사드린다.
건강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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