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에 월악의 품에 들어갔습니다.
나뭇잎은 빨강과 노랑, 초록의 원색으로 물들어가고, 하늘은 연푸른 바탕에 흰구름만이 머물렀습니다.
날씨 또한 산행하기에 더없이 좋을 정도로 쾌적했습니다.
마침내 월악산의 영봉이 우리 동부산악회에 문을 활짝 열어주었습니다.
9명의 소장님들이 힘차게 출발했습니다.
신라 망국의 한이 서려있는 덕주사는 드넓은 절터에 무너져버린 석탑의 일부와 주춧돌이 남아 예전의 영화를 말해주는 듯 했다. 계곡의 다리를 건너니 호젓한 산행길이 시작된다.
신라 재건을 기원한 덕주공주의 미륵불까지는 싱그런 공기와 울창한 숲으로 여유있는 산행이었다.
미륵불 절터에서 돌아 본 풍경 또한 아련하고 시원스러웠다.
이제 본격적인 계단길이 시작된다. 돌계단부터 나무계단, 철계단까지 끝없이 이어진다.
경사도 가파르다. 정상까지 적어도 3~4천개의 계단은 올라간 것 같다.
중간에 돌아서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악(岳)자가 괜히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힘들지만 산을 오를수록 펼쳐지는 풍경은 힘든만큼 보람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겹쳐지는 능선은 부드러웠고 웅장한 화강암에서 뿜어내는 기운은 강렬했다.
그속에 뿌리를 내리고 수백년 이어져온 소나무의 생명력도 경외롭기 그지없었다.
마침내 월악산의 능선에 올라섰다.
멀리 영봉의 웅장한 자태가 보인다.
높이 150m에 둘레는 4km에 이른다고 한다.
산의 봉우리에 영봉이라 이름 붙인 곳은 백두산과 여기밖에 없다고 한다.
멀리서 봐도 신령스러운 기운이 전해진다.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건만 거리는 좀체 줄어들지 않는다.
점차 다가오는 영봉을 보는 맛으로 지친 몸을 달랠 수 밖에 없었다.
정상을 앞두고 넓은 곳을 찾아 점심상을 풀었다.
도저히 배가 고파 더이상 오르기 힘들었다.
지부장님의 부추전부터 이은숙소장님의 더덕무침과 김용섭 소장님의 김치를 비롯 상추쌈, 굴, 두부초밥, 김밥 등 꿀맛같은 식사를 했다.
막걸리도 한잔씩 마시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러브샷도...ㅎ
영봉을 휘돌아오르는 계단은 더 가파르고 더 힘들었다.
쉽게 영봉을 올라서는 안될 일인가보다.
마침내 1,097m 정상이다.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무사히 도착했다.
멀리 충주호의 물결부터 인근의 산들이 드넓게 펼쳐졌다.
영봉 아래에서 개미들처럼 보이던 사람들이 우리차지가 되었다.
시원한 바람을 뒤로하고 이제 하산길이다.
오르고 내려가고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 바로 인생인 것을 새삼 느낀다.
오르막보다 내려갈 때가 더 조심스러운 것도 마찬가지다. 인생또한 그러리라.
송계삼거리에서 동창교 방향으로 내려왔다. 전체 산행 시간이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모처럼 제대로 된, 한편 빡센 산행을 했다.
가벼운 산행만 하면 몸도 거기에 길들여지는 것 같다.
이번 산행을 통해 새삼 힘든 곳도 가끔은 가봐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산행 후 충주호변의 한방약선음식점 도원에서 민물매운탕과 대강막걸리로 대강 마무리했다.
운전하느라 고생하신 소장님과 힘든 산행에도 불평없이 참여해주신 소장님들께 감사드리며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다음 11월 산행은 셋째주 토요일인 17일에 포천 명성산의 억새를 보든지 단양 소백산을 오르든지 하렵니다.
김장철이지만 시간되시는 소장님들은 함께 하시기를....
조회 : 3,35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