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가는 길은 그리 가깝지 않다.
여주를 지나 원주, 제천 그리고 영월, 정선 사북에 이어 태백이다.
한반도 지형을 닮은 영월의 선암마을 안내판도 보이고, 김삿갓면도 지나 민둥산을 스쳐 간다.
지난 주 내린 폭설이 태백산이 가까워지자 서서히 드러난다.
함백산 고개를 꾸불꾸불 넘어 유일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갑자기 찬기운이 온몸을 휘감는다.
족히 해발 700미터를 넘는 곳에서 출발하는 것 같다.
눈덮힌 야트막한 길을 오르니 몸이 금새 풀리기 시작한다.
바람 한점 없는 청명한 날씨다.
간만에 눈길을 밟으니 기분이 좋다.
추운 날씨에도 늠름하게 서있는 주목이 반갑다.
유일사 삼거리를 지나니 오르막이 조금 가파르고 바람이 거세진다.
태백산의 바람이 만만치 않음을 새삼 확인한다.
정상을 조금 앞두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인 주목 군락에서 후발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커피도 마시고 장기완 소장이 가져온 닭똥집 안주에 양주까지 마셨건만, 뒷팀들은 올라오질 않는다.
올해들어 처음으로 산행에 참여하신 김명자 소장님의 몸이 예전같지 않으신가 보다.
아님 옷을 너무 많이 껴입어서 그런지도 모를 일이다.
한참을 기다려 합류했다. 손용선 소장님이 오시니 역시 활기가 난다.
하지만, 아뿔싸 추워서 마신 양주 조금에 이은숙 소장님의 다리가 그만 풀려버렸다.
백두대간 코스인 정상에 이르는 길에 들어서자 본격적인 설경이 펼쳐진다.
고사목의 눈꽃에다 상고대 등 멀리 보이는 능선들이 끝없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동해 바다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세가 태백의 이름에 부족함이 없다.
가히 명불허전이다.
드디어 천제단이 있는 정상이다. 1,567미터에 이른다.
삼국사기에 그 기록이 전해진다고 하니 민족의 영산으로 부족함이 없다.
우리 민족의 웅대한 기상과 기운이 발원하는 곳 중 하나임이 틀림없다.
앞뒤를 둘러보고 하늘을 올려봐도 푸르고 시원하다.
어리석음을 깨치는 죽비처럼 명징한 바람이 세차다.
서둘러 하산하여 망경사에 도착했다.
라면 10개에 햇반을 투입하여 추운 속을 달랬다.
오후 2시가 지난 시간이라 정신없이 먹었다.
바로 아래서 음식물쓰레기 속을 뒤지고 있는 야생 멧돼지 5마리와 비슷한 풍경을 연출했다.
산은 이래서 좋은 것 같다.
야생적이고 본능적이라서...
무사히 백단사 주차장으로 하산했다.
송년 산행에 함깨해 주신 소장님들께 감사드린다.
장거리 운전하느라 애쓰신 한일성 대장님과 장기완 소장님께 특별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다들 한 해 마무리 잘하시고 내년 산행에서도 자주 뵙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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