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산행으로 대관령의 능경봉과 제왕산을 다녀왔습니다.
당초 설국을 꿈꿨지만 바람속을 걸었습니다.
다행히 날씨와 전망은 서서히 좋아졌습니다.
이천에서 11명, 여주에서 7명해서 18명이 3대의 차량에 나눠타고 영동고속도로에 올랐습니다.
차 안은 따뜻하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습니다.
하지만 옛날 영동고속도로 대관령휴게소에 도착하자 바람은 드세고 날씨 또한 매서웠습니다.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은 영동과 영서로 나눠 바람과 구름을 쉬이 넘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49기의 풍력 발전 풍차만이 거센 바람을 안으며 꾸준히 날개짓하고 있었습니다.
약 5만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니 그 양이 생각보다 어마어마 합니다.
강릉시 가구의 전기 사용량 절반을 담당할 수 있는 전력량이라고 합니다.
바람을 맞으며 급히 등산길에 접어 들었습니다.
단순하면서도 힘있는 필체의 영동고속도로 준공비를 지나 숲길에 들어서자 바람은 잦아 들었습니다.
바람골을 피한 것 같았습니다.
제왕산과 능경봉의 갈림길에서 능경봉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생각보다 눈은 그리 많이 쌓여 있진 않았습니다.
적당한 눈길을 밟으며 조금씩 오르니 쉼터도 만나고 헬기장인 듯한 넓은 공터도 다다릅니다.
이제 멀리 선자령과 강릉 시내 그리고 동해안의 바다도 어렴풋이 보입니다.
숨도 차고 땀도 배일 듯 하니 능경봉 정상 1123m입니다.
백두대간의 늠름한 길을 걸어 올랐습니다.
상쾌한 바람과 두루 확트인 전망이 기분을 좋게 합니다.
정상 인증 사진도 찍고 과일을 나눠 먹고 하산하였습니다.
고루포기산을 비롯 닭목령길은 후일을 기약하고 제왕산으로 향했습니다.
고려 공민왕의 아들인 우왕이 쫓겨와 성을 쌓고 피난한 곳이라고 전해집니다.
죽음을 당했으나 주검조차 찾을 수 없는 불행한 왕이라고 합니다.
그 슬픔때문인지 고사목과 돌탑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나무들은 바람에 의해 동쪽 방향으로 뉘어져 있기도 합니다.
제왕산의 정상은 865m인 대관령 휴게소 보다 낮은 841m입니다.
하지만 양 옆으로 영동고속도로가 달리고 있고, 멀리 능경봉과 선자령 등의 능선들이 아련히 펼쳐집니다. 동쪽으로는 역시나 강릉과 주문진 그리고 바다들이 넓게 보여집니다.
가볍게 제왕산까지 둘러보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니 약 4시간 10km쯤 걸은 것 같습니다.
적당히 시장기가 돕니다.
다시 영동고속도로에 올라타 동해안으로 향했습니다.
한적한 남애 바닷가에다 더 한적한 횟집에서 자연산 회에다 소주잔을 마주쳤습니다.
남애항은 예전 영화 고래사냥의 배경이 된 항구이기도 합니다.
고래를 잡지는 못하지만 그 젊음의 기상을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무사히 하산하고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했습니다.
6시 이천 도착을 간절히 원한 권모 소장님에게 미안하지만 7시에 설봉공원에 왔습니다.
산행에 참여하시고 운전하느라 애쓰신 모든 분들과 동부지부 회원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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