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뎌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왔습니다.
김수근 선생이 설계에 참여한 한계령휴게소 아래에 차를 두고 108계단을 올랐습니다.
아름다운 설악은 쉬이 그 모습을 보여주진 않더군요.
마치 새색시 마냥 잠시잠깐 절경을 보여주고 이내 숨곤 했습니다.
서북능선을 타고 중청 못미쳐서는 구름속의 봉정암 모습이 꿈속처럼 아련했습니다.
좀 더 덕을 쌓아야 제대로 설악을 볼 수 있으리라 싶었습니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푸짐한 점심에 반주를 나눈 후 중청대피소를 지나 대청봉에 도착했습니다.
1708미터 한라산과 지리산에 이어 남쪽에서 세번째로 높은 봉우리입니다.
소청을 지나면서 천불동 계곡을 볼 수 없는 것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더니 희운각대피소에 못미쳐 마치 하늘을 찌를듯한 천개의 불상처럼 빼어난 바위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맛에, 이 황홀함에 빠져 수많은 사람들이 설악을 찾는구나 싶었습니다.
숙영지인 희운각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햇반을 데우고 이은숙소장이 마련한 양념삼겹살을 급하게 구웠습니다.
아뿔싸, 안주는 넉넉했는데 술이 조금, 아주 조금 부족했습니다.
선잠을 자듯 잠시 누웠는데, 아침이 되었습니다.
라면을 끓여 햇반과 함께 먹고, 공룡능선에 올랐습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안개가 자욱합니다.
가까이 있는 바위와 야생화만 바라보곤 합니다.
이름 모르는 꽃들은 왜이리 많은지요.
학교에서 쓸데없는 것들을 가르치지 말고 우리 산하에 나는 풀이랑 꽃과 나무들 이름을 가르쳤으면 합니다.
그러면 많이 배운 사람이 엉터리 짓을 많이 하는 지금의 사회처럼 되진 않을테지요.
무수히 오르막과 내리막을 쉼없이 공룡능선을 지났습니다.
마치 맹인이 코끼리 만지듯 공룡의 모습은 오간데 없습니다.
나중에 들어니 다리 근육때문에 천불동으로 내려간 안찬호 소장이 제대로 경치를 즐겼다 합니다.
그래도 꿈에 그리던 공룡능선을 지나 마등령, 오세암을 지나 백담사로 무사히 내려왔습니다.
오늘의 산행이 있기까지는 한일성 등산대장님의 공이 컸습니다.
그리고 앞질러 설악동으로 내려와 한계령에 있는 차를 타고 용대리로 오신 안창한 소장님도 많이 고맙습니다. 두분 다 이 은덕으로 만수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매번 산행에 참여하시는 지부장님과 다음날까지 먹을 수 있도록 사과와 복숭아 등을 넉넉히 싸주신 장병건 소장님의 마나님께도 감사합니다.
다들 건강하시고 내년에도 함께 다시한번 설악산으로 달려 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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