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아침 7시. 협회 전국산행대회가 열리는 모악산으로 출발했습니다.
간만에 이른 시간 23명의 소장님들이 모였습니다. 중부와 경부,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전북 완주군의 도립공원 모악산 구이주차장에
도착했습니다. 3시간이 조금 더 걸린 것 같습니다. 전국에서 오신 소장님들이 벌써 산행길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 뒤를
따라 올랐습니다.
어머니의 품처럼 넉넉한 모악산은 전주를 비롯한 전북민의 젖줄이자 그 모태인 듯 합니다. 마치 자식을 소중하게 안고 있는 형상의 모악산
표지석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섰습니다.
전주 김씨의 시조묘가 있다는 안내도 보입니다.
전주 김씨인 김정일 위원장이 평양에서 김해 김씨인 김대중 대통령에게 자신이 더 호남사람이라고 했다는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그리 더운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오르막은 연신 땀을 흘리게 만듭니다. 초반부터 비오듯 온몸을 땀으로 적셨습니다.
마침내 증산 강일순이 도를 깨쳤다는 대원사에 도착했습니다. 고색하면서도 기저에 뭔가모를 강인한 힘이 느껴집니다.
절 옆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면서 막걸리와 과일을 나눠 먹으며 기력을 충전했습니다. 또 다시 오르막입니다. 계룡산 다음으로 기운이
강하다는 모악산은 산이 그리 넓고 높진 않으나 만만한 기세는 아닌 듯 합니다. 땀 흘리며 오르니 모악산 맑은 물로 전통주를 빚는다는 수왕사
갈림길입니다. 이제 거의 정상에 가까이 온 것 같습니다. 마지막 힘을 내어 오르니 드디어 산등성이에 닿습니다.
멀리 전주 시내가 어렴풋이 보이기도 합니다. 전망대의 시원한 바람이 반겨줍니다. 산등성이를 끼고 도니 정상에 오르는 철계단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간쯤 정자 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소장님들께 장기완 소장이 예약을 하고 계단을 올랐습니다.
793.5m. 어머니의 산, 모악산 정상입니다.
통신탑 아래 넓은 공간을 돌며 완주와 전주, 김제의 방향으로 멀리 눈길을 던져 봅니다. 다소 흐린 날씨가 아쉽지만 호남의 명산에 올라 가슴
뿌듯합니다.
정상 조금 아래 정자에서 점심상을 펼쳤습니다. 다들 여유있게 맛있는 밥과 반찬, 푸성귀 등을 사오셔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땀 흘린 후의
성찬입니다. 두루 넓게 펼쳐진 초록의 물결도 더불어 가득합니다.
배도 부르고 하니 하산길은 한결 마음이 편하고 여유가 있습니다. 계곡물에 족탕도 하며 시나브로 내려왔습니다. 드디어 백제 망국의 슬픔을
간직한 금산사에 도착했습니다. 동학과 정여립의 한도 깃든 곳입니다. 미래 부처님을 모신 미륵전은 아름드리 기둥이 말해주듯 장엄하고 창연합니다.
후백제 견훤이 장남인 아들에게 억류되기도 하였답니다.
모악산의 제일 큰 사찰답게 그 역사와 가람의 규모가 모든 것을 품고 아우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무사히 하산하여 행사장에 도착했습니다. 산행을 주관한 전북도회의 정성과 배려가 군데군데 느껴집니다.
지친 몸을 그늘에서 쉴 수 있도록 대형 텐트를 모두 설치했고 음식 또한 푸짐하고 맛스러웠습니다.
호남의 푸근한 인심을 충분히 안고 돌아왔습니다.
모악산과 전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곳입니다. 동학의 정신이 면면히 흐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온고지신, 화이부동의 정신으로 계승되었습니다. 천년도시 전주는 맛과 멋, 소리, 한지가 있는 곳입니다. 가장 많은 외지인들이
방문하는 도시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제시대 일본인들이 살던 도성안을 피해 형성된 한옥마을이 그 중심에 있습니다. 이성계가 황산 전투에서 왜구를 크게 무찌르고 개경으로
돌아가던 길에 문중 사람들을 불러 잔치를 벌인 오목대와 조선왕조의 정신이 깃든 전주향교 그리고 태조 이성계의 초상을 모신 경기전, 임진왜란때
조선왕조실록을 지킨 전주서고, 빼어난 건축미의 전동성당, 유일하게 남아있는 풍남문 등 볼 것이 많은 도시입니다.
우리 시대의 정신이 살아있는 모악산과 전주입니다.
조회 : 3,282
